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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소식

[인터뷰] 조환익 "에너지 문제 풀려면 플랜B, 최선 아닌 차선으로 가야"
2020.11.03


"에너지 이슈엔 항상 정치적 고려가 불가피합니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랜B로 가야 합니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과 차악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조환익(70) 전남대 석좌교수는 지난 27일 에너지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의 해결 대책으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조 교수는 산업자원부 차관을 역임한데 이어 한국전력공사·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등 공공기관 4곳의 최고경영자(CE0)를 맡아 ‘공직의 신’이라 불린다. 그는 최근 다양하고 오랜 공직 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책 ‘공직의 문’을 최근 출간했다.

조 교수는 한전 사장 시절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기요금 문제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전 사장으로 3년 임기를 마치고 1년씩 두 차례 연임, 공공기관장으로는 드물게 총 5년을 재직했다.

조 교수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투자 및 운영 추진과 관련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보급하려면 한전이 참여해야 한다"며 "다만 한전의 신재생 에너지 참여 문제가 한전의 발전산업 참여의 첫 단계로 오해 받지 않도록 하고 신재생에너지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전의 기여를 설득력 있게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린뉴딜에 대해서도 "정부가 그린뉴딜을 제안한 건 잘했지만 관(官) 주도여서 아쉽다. 좀 더 민간 투자를 유발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며 "전기요금 원가 연동제를 하든지, 어느 정도 자유로운 전력거래시장을 만들어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 먼저 ‘공직의 문’이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 그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 이 책을 쓰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공직에 갖는 오해와 편견이 많습니다. 공직에는 직업공무원, 공기업,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이걸 모두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은데 제가 이걸 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종의 사명감이었던 거죠.

- 산자부 차관을 빼고도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공공기관 4곳에서 CEO를 쭉 하셨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 팔자인 것 같습니다. 집안 대대로 공직 집안이었습니다. 증조부가 고종황제의 시종(조선시대 직제 승지), 지금으로 말하면 대통령 수석비서관을 하셨습니다. 제가 공직에 들어온 것은 사실 저의 당초 의지가 아닙니다. 운명입니다. 처음에 공직은 저의 머릿속에 전혀 없었습니다. 대학 때 학내문제 등으로 한 학기 늦게 졸업해 행정고시를 봤는데 그것도 세 번 만에 합격한 겁니다. 합격도 117명 중 117등으로 꼴찌였습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해 내무부로 가서 군수·시장을 할 줄 알았는데 상공부로 갔어요. 이게 어찌 의지로 되겠습니까. 공직자가 돼서도 공직에서 7번이나 사표를 내고 나오는 걸 반복했지만 의지와 관계없이 다시 불려가 차관과 사장 자리를 맡았습니다. 공직이라는 건 지위를 막론하고 처음부터 주어지는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바뀌는데 진보·보수로 이어져온 3개 정부에서 정무직, 그것도 우리나라 주요 부처 차관과 대표 공공기관 4곳의 기관장을 하셨으니 공직의 신이라 불리는 것 아닐까요.

▲ 제가 공직을 다 잘한 건 아닙니다. 몇 번을 장관 문턱까지 갔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안 되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가장 힘든 시기에 공직 생활을 했습니다. 코트라 사장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왔습니다. 한전에 갔을 때는 주가도 내려가고 5년 적자에 밀양 송전탑 문제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 걸 보면 문제를 풀어나가는 저의 위기관리 능력을 인사권자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 공직생활에서 보람과 아쉬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만.

▲ 남들은 "조환익이 장관 못한 게 미스테리"라고 말하는데 하나도 아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관 안 된 게 잘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산자부 장관으로 강력히 거명되다가 안 됐습니다. 제가 당시 장관을 했으면 저 역시 지금 많이 힘들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직위는 새옹지마인 것 같습니다. 보람찬 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수출 확대정책을 밀어붙인 겁니다. 당시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을 했는데 모두가 외환위기여서 한국은 구조조정을 하고 내수 중심으로 가야지, 수출 위주로 다시 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화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높을 때 수출을 더 해야 한다며 역발상으로 모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말하자면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에게 수출은 여전히 중요한 데 그 때 수출을 포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코트라 사장 시절엔 ‘바이코리아’(한국상품 전시회)를 추진해 큰 성과를 올렸습니다. 임원들이 연초 엄동설한에 한국상품 전시회를 하면 누가 오겠느냐고 반대했지만 코엑스 부스를 다 쓰고도 모자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때 역(逆)샌드위치론을 주장해 우리의 자신감을 높였습니다. 샌드위치론은 우리가 가격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고 기술에선 일본에 밀려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였다는 것입니다. 역샌드위치론은 우리가 일본에 비해 가격이 싸고 기술도 못 할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출품은 싸지 않고 싸더라도 싼 게 비지떡이란 것이죠. 이 역샌드위치론으로 MB(이명박 대통령)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전 사장은 한전이 이른바 ‘7중고(7重苦)’를 겪고 있을 때 맡았습니다. 당시 5년간 적자였고 밀양 송전탑 문제로 시끄러웠습니다. 내부 투서가 많아 조직문화도 엉망이었습니다. 1년 뒤 우리나라에서 열릴 세계에너지총회 준비는 전혀 안 됐었습니다. 그래서 전 안 맡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18대 대선 한 달 전에 발령받았습니다. 그 뒤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서 2∼3년 후 주가를 6만7000원, 역대 최고로 만들었고 조직문화도 바꿨습니다. 포브스(미국 경제잡지)로부터 최고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윗사람하고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한 것입니다. 후회스러운 것은 산자부에 있는 동안 윗사람의 고충이나 외로움을 잘 이해 못하고 가끔 대든 것입니다. 윗분들께도 칭찬 말씀도 드리고 일종의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인 아무도 도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한 것이지요.


▲조환익 전남대 석좌교수

- 월성원전 1호기 감사결과를 보면 공직자 자세를 되돌아보게 되는데 ‘영혼 없는 공무원’, 보신주의·무사안일 같은 공직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시각을 어떻게 보십니까.

▲ 공직자는 공익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공인의식이 없으면 공직 생활이 매우 어렵습니다. 많은 걸 포기해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큰소리 땅땅 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공인의식의 근본은 균형감각과 조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에너지 문제에도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전환을 하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월성 1호기 폐쇄도 상당히 무리했습니다.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경제성 문제로 국민을 설득할 게 아니라 좀 더 균형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고 논리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의 성과확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린뉴딜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환경문제는 심각합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대해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습니다. 30년 후 정도면 거주불능 지구라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이 세대에서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런 목적의식을 갖고 탄소 감축을 이루려는 게 그린뉴딜입니다. 환경부의 환경정책이 그린뉴딜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하는 것입니다. 아직 전 세계 인구의 70%가 에너지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석탄발전소밖에 없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으로는 에너지 공급을 제대로 못 합니다. 개도국에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전이 세계에서 1등 기업인 건 전력 손실률이 가장 낮기 때문입니다. 북한, 아프리카는 전력 손실이 30% 정도 됩니다. 한국은 3.5% 수준입니다. 그런 걸 해주는 게 비즈니스가 됩니다. 그린뉴딜은 아직은 정부 주도입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그린뉴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제안 한 건 아주 잘했지만 좀 더 민간 투자를 유발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기요금 원가 연동제를 하든지, 어느 정도 자유로운 전력거래시장을 만들어줘서 사람들이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정치권 갈등이 심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에너지 이슈엔 항상 정치적 고려가 불가피합니다. 에너지 문제를 풀어가는 단계에서는 거의 5차, 6차 방정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전기요금은 오르지 말아야 하고 정전되거나 탄소 배출해서는 안 되고 한전은 흑자가 나야 합니다. 이걸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공유하는 형태로 가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 차선(次善)이나 차악(次惡)을 활용해야 합니다. 플랜B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기 있는 환경이나 안전 이야기만 하고 거기에 따라올 수밖에 없는 전기요금 인상 이야기는 인기 없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데 이런 게 문제 아닙니까.

▲ 전기요금 문제는 정치권에서 풀어줘야 합니다. 제가 한전 사장으로 오고 나서 1년 사이에 전기료를 두 번, 총 11%를 올렸습니다. 전기료를 인상했을 때 시민단체하고 손을 잡았습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 대한상의 손경식 회장 등을 찾아갔습니다. 이럴 때 올리지 않으면 업계에 더 큰 부담이 온다고 설득했습니다. 전기료 인상에는 시민단체와 생각이 같았습니다. 서로 전력 과소비를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같이 힘을 합쳐서 전기료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정치권에서 이러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 정치권 일각에서 전력산업구조 개편 주장과 움직임이 있는데요.

▲ 저항이 상당할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보급하려면 한전이 참여해야 합니다. 다만 한전의 신재생 에너지 참여 문제가 한전의 발전산업 참여의 첫 단계로 오해 받지 않도록 해야 될 것 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전의 기여를 설득력 있게 강조해야 합니다. 5대 발전공기업을 통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미 발전회사들은 지역의 핵심기업이 됐습니다. 지역균형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합니다. 기존 틀은 바꾸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분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거나 에너지 효율사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국내외 금융권의 탈석탄 선언, 환경단체의 반대로 화력발전 해외 투자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 힘들지만 한전이 추진하는 건 다른 나라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입니다. 한전이 참여하지 않으면 엄청난 탄소를 뿜어내는 발전소가 생길 것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탄소 포집 기술을 갖고 있어 그 나라에 도움이 됩니다. 베트남도 이 사실을 알기에 한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한국이 해외석탄발전 사업 추가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듯 합니다. 미국 대선결과도 변수이고요. 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지열은 지난 포항 지진 때 사고로 어렵고 태양광은 간헐성이 너무 큽니다. 해상풍력은 주민 수용성을 고려해야 하는 입지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발전에 우드펠릿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나무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우리나라에 ‘미이용목(木)’이 많습니다. 이 미이용목을 활용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정책에서도 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우드펠릿 발전의 가점이나 의무 구매 비율을 높이는 등의 방안이 필요합니다.

- 한전 사장으로 계실 때 한전 본사 부지 매각을 하셨는데 부지 매각 대금이 한전 경영에 큰 도움이 된 거죠.

▲ 국가에도 도움이 컸습니다. 이익이 많이 나서 정부에서 배당을 많이 가져갔습니다. 여유가 생겨 여러 가지 사업도 했습니다. 한전의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고 스타트업에 디지털 연구개발 지원을 많이 했습니다. 지방에도 많이 투자했습니다.

- 설립에 진통을 겪고 있는 한전 공대, 그래도 필요한가요.

▲ 전 세계 어디에도 에너지 특화공대가 없습니다. 전기 분야에서 급격히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학의 전기전자학부 속에 전기과가 들어 있습니다. 전기전공 교수나 연구자들의 독자적 영역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기에너지 기술을 전 산업에 전파해야 미래에너지를 창출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교육을 위해 한전 공대가 필요합니다.

◇ 조환익 석좌교수 프로필

▲1950년 서울 출생 ▲중앙고·서울대 정치학과, 뉴욕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한양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1973년 14회 행정고시 합격 ▲2000년 산업자원부 차관보 ▲2001년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2004년 산업자원부 차관 ▲2007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200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2012년 한국전력공사 사장


출처 : 에너지 경제

게시 : 2020.11.01